스플렌도르(1989)

원제 : Splendor

감독 : 에코 스콜라.

출연 : 마르첼 마스트로얀니.마리나 블라디.

출시사(비디오) : SKC.1993.6.1.

상영시간 : 110분.

뿌연 담배연기가 허공에 자욱하고, 껌씹는 소리가 요란한 낡은 극장, 스크린에서는 아빠를 외치며 아이가 트럭을 따라 뛰어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윤정희는 오열한다. 그순간 이미자의 구슬픈 주제가 <기러기 아빠>가 흐른다. 영화를 보는 여인들은 하나둘씩 울기 시작한다. 영화의 황금시대, 동네 극장안 풍경이다. 비가 내리는 필름이 가끔 끊기기라도 하면 동시에 요란한 휘파람 소리가 울렸고, 조명이 꺼지면 영화외에 다른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했다. 오래전 우리들 곁에는 그런 극장이 있었다.

영화 <스플렌도르>(Splendor)는 주인공이 '극장'이다. 그 옛날 영화의 황금기, 전설의 시대를 누볐던 스타들과 흑백영화의 낭만, 그리고 영화에 열광했던 관객들의 모습을 담은 가슴 찡한 영화다. 아련한 향수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수작 <스플렌도르>는 명장 에트로 스콜라 감독이 1989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국민배우 '마르셀 마스트로얀니'와 5-6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던 '마리나 블라디', 그리고 <라스트 콘서트>로 70년대 우리나라 청소녀들을 울린 '파멜라 빌로레시', 그리고 <일 포스티노>로 유명한 '마시모 트로이시'가 출연한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총집결한 호화캐스트다. 그런가 하면 잉그리드 버그만, 소피아 로렌, 실바나 망가노, 브리짓 바르도, 마릴린 먼로 등 20세기 전설의 여배우들이 영화속 영화나 사진으로 등장한다.

조르단(마르셀 마스트로얀니)은 6살때부터 가설극장을 따라 다니며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상영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30대가 된 그는 파시즘 통치하에서 <Cinema Splendor>를 개관한다. 이 극장을 운영하는 주요인물은 영사기사 루이지(마시모 트로이시)와 밤무대 무용수 출신인 프랑스 여인 챈들(마리나 블라디) 등 이었으며, 이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스플렌도르 극장은 마을의 자랑이자 상징이었다.

영화의 황금기, 주옥같은 흑백영화들을 상영하면서 매일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극장은 1970년대 TV의 대중화가 시작되자, 점점 빛을 잃어가며 사양길로 접어든다. 고심하던 조르단은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 같은 획기적인 기획도 해보지만 극장을 다시 살리지 못하고 결국 다른 사업가에게 극장을 넘긴다. 눈이 내리던 마지막 날, 관객들이 몰려들고, 그들은 <멋진 인생>을 보면서 회한에 젖는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이 엔딩은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하고 또 너무 슬프다.